비만 (obesity, overw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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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원인과 에너지항상성

 

항상 결심만 한다

"배가 왜 이리 많이 나오셨어요? 임신이라도 하셨나?"
"배라뇨? 인격이죠, 인격."
"인격이요?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안 그래요. 배가 나왔다는 건 비만이라는 증거고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그러잖아요."
"저는 배 나와서 불편한 게 하나도 없는데요? 불편함 없이 살면 되는 거죠 뭐."


얼마 전 한 지인과 나눈 대화이다. 배를 집어넣으려고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실천을 해본 적도 없다.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내일부터 하자' 아니면 '이번 주까지만 먹고 다음 주부터는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조절하면 되지' 하면서 계속 미루어 왔다. 그러니 배가 들어갈 턱이 있나! 문제는 항상 결심만 한다는 점이다.

마음먹고 운동기구 사들였지만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 혹자는 차라리 돈을 들여서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이 말은 헬스클럽에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말을 듣고 헬스클럽에 등록을 해도 한 달이면 두세 번밖에 나가지 않아 돈만 버리는 경우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차라리 헬스클럽 등록비로 운동기구를 사는 편이 나을 것 같아 TV홈쇼핑을 보고 운동기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헬스기구들도 사들인 뒤 며칠만 열심히 하다가 결국 집안 인테리어 장식품이 되고 말았다. 아니, 어디 둘 데가 없어 집 안에 방치시켜 놨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러다 보니 뱃살이 빠지기는커녕 더 불어나지 않는 걸 오히려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금도 결심만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칼로리 계산은 이제 그만 !

지난 20 여년 동안 인간의 섭식과 이를 조절하는 메카니즘에 대한 연구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아직도 밤늦게 허기감에 잠을 못 이루다가 부엌에 나와 음식을 꺼내 먹는 것이 개인의 습관이 아닌 ‘야간 식이 증후군’ 환자로 진단을 내릴 정도다.

비만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사람이 비만해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전문가를 자처하며 나서는 비전문가들은 아직도 ‘적게’ 먹여서 살을 빼는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원래의 식사로 돌아감과 동시에 살이 다시 찌는 요요현상’에 대해서는 치료받는 사람의 의지부족으로 몰아세운다.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은 인정하려 들지 않고...


비만의 학문적 성과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반대로 시중에서 하고 있는 ‘다이어트’ 방법은 아직 7,80년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만은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생기는 병’이라고 단순하게 정의를 내리면 해법은 간단해진다.

적게 먹도록 하고 더 많이 움직이도록 하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평소 섭취량에서 300 칼로리를 줄이고 30분간의 조깅으로 200 칼로리를 소모하면 하루 500 칼로리의 ‘(-) 에너지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고 일주일이면 3500 칼로리의 (-) 에너지 밸런스를 만들어 체중이 0.5 kg 감소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일 뿐 실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칼로리의 개념부터 이해하고 넘어가자. 칼로리는 에너지를 표시하는 단위로 물 1g 을 14.5℃에서 15.5℃ 까지 1℃ 높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정의한다. 우리 몸은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음식이 몸에 들어오면 소화, 흡수 및 대사과정을 통해 일부는 에너지를 내고 남는 것은 몸에 비축해둔다.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숨쉬고 심장을 뛰게 하며, 걸어다니고 끊임없이 사고(思考)한다. 뉴턴의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내가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신체활동으로 그만큼 소비하면 체중은 지금 수준 그대로 유지된다.

소비한 에너지보다 음식으로 얻는 에너지가 많으면 체중은 늘어나고 반대로 소비 에너지보다 섭취 에너지가 적으면 체중이 줄어든다. 분명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뉴턴의 법칙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을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데 있다. 물리학을 이용한 비슷한 예를 들어보자. 솜 1kg과 납 1kg을 진공상태에서 떨어뜨리면 어느 것이 더 빨리 떨어질까? “납 1kg”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있다면 물리학 책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진공상태에서는 질량이 같은 두 물질이 똑같은 속도로 떨어진다. 이번에는 이 두 물질을 한강대교에서 아래로 떨어뜨려 본다면 어느 것이 더 빨리 떨어질까? 이번에는 “납”이 정답이다. 왜일까? 바로 공기 저항 때문이다. 공기의 저항은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하지만 공기 저항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솜과 납이 떨어지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칼로리의 개념도 이와 비슷하다. 음식을 실험실 안에서 태우면 계산한 대로 똑같은 칼로리가 나온다. 실험실에서 계산한 강낭콩 100 칼로리와 콜라 100 칼로리는 칼로리로 보면 동일하다. 하지만 이 두 음식이 체내로 들어와 소화 흡수되어 대사에 이르는 과정은 앞서 언급한 예의 공기 저항과 비슷하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개인마다 소화나 흡수 속도가 다르다. 뿐만 아니라 섬유질, 당질, 단백질, 지방질 함량과 조성의 차이에 따라 대사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호르몬 분비는 물론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물질의 생성에도 영향을 준다. 두 음식을 통해 얻는 열량이 실험실 연구결과처럼 동일한 결과를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공기 저항이 무게가 같은 납과 솜이 떨어지는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보다 더 확실한 사실이다.

콜라를 마시면 당이 빠르게 흡수되면서 인슐린 분비를 급하게 자극하고 과잉 분비된 인슐린은 당을 충분히 사용하기 전에 일부를 지방세포에 축적시킨다. 반면 강낭콩을 먹으면 혈당이 서서히 올라가므로 인슐린을 급하게 자극하지 않는다. 따라서 강낭콩에 들어있는 당이 몸에서 충분히 사용되기 전에 지방으로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섬유질이 많이 들어있어 흡수과정에서도 모든 칼로리가 그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실제 많은 연구결과에서 고당질식, 특히 단순당이나 정제 당질 섭취가 많으면 혈당과 인슐린이 빠르게 상승하고 이는 체중증가와 인슐린저항성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상승, 혈압상승, 지방간으로 진행되어 체중이 더욱 증가하고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합병증 발생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백 번을 양보해서 음식의 칼로리가 누구나 똑같이 체내에서 100% 이용된다고 가정해도 문제가 있다. 개인 접시 없이 함께 나누어 먹는 우리 식문화에서 내가 먹은 음식 칼로리를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을까 ?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된장찌개를 먹었을 때, 두부를 몇 조각 먹었는지 국물을 몇 숟가락 떠먹었는지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었을 때 국물을 얼마나 남겼는지에 따라 칼로리는 크게 차이가 난다. 햄버거를 사먹어도 치즈가 한 장 깔려있는지, 마요네즈를 얼마나 뿌렸는지에 따라 100~300 칼로리의 차이가 난다. 심지어는 저울에 달아 "정확하게" 칼로리를 맞춰 주어도 당질, 단백질, 지방 구성비의 차이에 따라, 같은 당질이라도 당지수(GI)에 따라 체내에 흡수 저장되는 정도가 다르다. 나이에 따른 차이도 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음식을 씹는 기능, 소화 흡수기능 등이 떨어지므로 같은 양의 음식을 섭취해도 젊은 사람들보다 체내에 축적되는 에너지는 차이가 난다.

체격 조건이나 체력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몸무게만으로 운동량을 계산하는 것도 오차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더욱 큰 문제는 체중을 줄이겠다고 다이어트를 시작함과 동시에 안정시대사율(REE)이 떨어지는데 있다. 식사량을 평소보다 줄일 경우 내 몸은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를 극도로 아끼게 된다. 결국 소비에너지의 2/3~3/4을 차지하는 안정시 대사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음식으로 얻는 칼로리나 운동으로 소비하는 칼로리를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운동량만큼이나 크게 떨어지는 안정시 대사율을 계산할 수 없으니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겨가며 칼로리를 계산해도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칼로리를 계산해서 식사량을 제한하는 다이어트 방법의 가장 큰 잘못은 생리적인 배고픔과 포만감 신호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론 칼로리의 개념을 무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칼로리 섭취와 소비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인체는 사과를 10개 넣었다 9개 빼내면 1개가 남은 단순한 사과상자가 아니다. 숫자계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체의 복잡하면서도 오묘한 조절기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전문가들조차 무조건 음식 섭취량을 줄여 섭취 칼로리를 낮추라는 말만 하고 있다.

체중조절에 칼로리가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미 체계적으로 잘 준비되어있던 당뇨병 환자의 식이요법이 뒤늦게 질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비만의 식이요법에 그대로 옮겨온 데 그 이유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당뇨병 환자는 에너지 원인 포도당을 조절하지 못한다. 체내에서 ‘에너지 항상성‘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에너지소비량을 계산해내서 이에 맞게 음식 섭취량을 계량된 양만큼만 공급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 비만 환자들은 아직 자신의 체중과 체지방량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에너지 항상성이 아직 유지되어 있다. 환경의 변화 혹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셋 포인트(set-point)가 상향조정되어있는 비만 환자들에게는 단순히 (-)에너지밸런스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셋 포인트를 하향 재조정해주는 ‘진화’된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식욕’은 ‘의지력’ 만으로 조절할 수 없다

오늘 내가 얼마나 많이 먹게 될까를 결정하는 것은 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오랜 세월을 두고 적응해온 타고난 생물학적 욕구다. 250만 년의 인류 역사를 더듬어갈 필요없이 정착하여 농경생활을 해온 7~8천 년 정도의 역사를 살펴보자. 어느 해에 극심한 가뭄이나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지면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긴다. 먹을 거리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용케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자손을 낳아 인구 수 를 늘린다. 그러다가 어느 해에 또 흉년이나 기근이 들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렇게 극심한 기아 상황을 겪으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선조들의 후예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나라 역시 1960년대에만 해도 보릿고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값싸게 고칼로리 음식을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은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50년이 채 안된다. 결국 우리 몸은 에너지섭취가 줄어드는 극한 상황에 대해서는 타고난 본능(유전)으로 잘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만 지금처럼 칼로리 과잉에 대한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 다이어트 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반면 살을 쉽게 찌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셋 포인트 (set point) 이론

체온은 언제나 36.5℃를 유지하고 있다. 더우면 땀을 통해 열을 내보내고 추우면 근육을 오들오들 떨게 해서 열을 만든다. 하지만 체중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나이에 같은 키를 가진 사람들도 체중은 제 각각이다. 체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개개인으로 보면 늘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내 체중이 62kg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뇌 속에 내 체중이 62 kg으로 ‘셋팅’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셋 포인트라고 한다. 에어컨 온도를 28도C라는 셋 포인트에 셋팅시켜 놓으면 실내 온도를 늘 28℃로 유지한다.

셋 포인트에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과 환경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독감에 걸려 며칠간 식사를 제대로 못하면 체중이 3~4kg 정도 금방 빠지지만 빠진 체중은 2주 이내에 다시 돌아온다. 뷔페에서 배가 터질 정도로 과식을 해도 내 체중은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칼로리 계산에서 하루 5%의 차이만 나도 일년이면 6kg의 체중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셋팅’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셋 포인트 이론은 사람마다 자신의 체중이 미리 정해져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과 환경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 셋 포인트 이론은 실험쥐의 뇌 시상하부 일부에 손상을 입히거나 자극을 주었더니 섭식행동과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을 관찰하게 된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시상하부 외측(外側)에 전기자극을 가하면 과도하게 먹어대고, 전내측(前內側)에 자극을 가하면 음식을 먹지않는 것을 알아냈다. 이부위에 ‘섭식중추’와 ‘포만중추’가 있고 여기에서 셋 포인트를 조절하는 신호가 교환된다고 믿었다.

전내측 시상하부(이른바 ‘포만중추’)에 손상을 입은 쥐는 쉴새없이 먹어댔다. 하지만 쓴 맛이 나는 음식이나 상한 음식을 주면 잘 먹지 않았다. 즉 시상하부에 주는 자극만으로 섭식행동 양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계속된 연구결과 새로운 이론들이 제기되었는데 셋 포인트는 체내 지방량의 수준을 결정하는 물질이 있어 체지방량과 시상하부 사이에서 신호를 교환함으로써 조절된다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체중보다 체지방량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1994년 뉴욕 록펠러 대학에서 체내 셋 포인트 이론을 설명해줄 수 있는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졌다. 오래 전부터 쥐에게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비만한 쥐를 만들어 왔는데 특정 유전자 결함이 있는 비만 쥐에게서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단백질 물질을 생성하는 유전자 결함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물질은 오로지 지방세포에서만 분비되고 시상하부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 쥐는 엄청나게 비만해졌다. 이 물질이 바로 ‘렙틴’이라는 호르몬이다.

렙틴(leptin)은 그리스어 leptos (‘말랐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과거에는 지방세포를 단순히 에너지를 비축해두는 창고라고 생각했지만 렙틴 호르몬이 발견된 이후 이제는 지방세포를 20여 가지가 넘는 화학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다. 체내 지방축적이 많아지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의 농도 역시 증가한다. 체지방 콘트롤러인 뇌의 시상하부는 렙틴 농도가 증가한 신호를 받아서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식욕억제),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기초대사량 증가).

그렇다면 다이어트에 돌입해서 체지방량이 감소하면 어떻게 될까? 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의 양이 줄어들면 뇌의 시상하부는 에너지 섭취를 늘리고(식욕항진),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기초대사량 감소). 유전자 결핍으로 렙틴을 생성하지 못하는 실험쥐의 경우 뇌의 시상하부는 실제 지방조직이 많이 있음에도 지방량이 부족하다고 인식하여 음식섭취를 계속 자극하고 기초대사량을 최대한 낮추기 때문에 비만해지는 것이다. 렙틴에 의해 체내 지방량은 큰 폭의 변화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식사량을 줄일 경우 체내 렙틴 농도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이러한 생체신호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체중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슐린

렙틴과 함께 체중과 체지방을 콘트롤하는 뇌에 신호를 보내는 또 하나의 중요한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이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바로 분비되기 때문에 지방조직이 많을수록 그와 비례해서 혈액 내 렙틴 농도가 증가한다. 인슐린 분비량 역시 체내 지방조직이 많을수록 증가한다.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들은 매 끼니 식사 후에도 혈당은 140 mg/dL 아래로 잘 유지되며 인슐린 농도도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반면, 비만한 사람들은 식후 혈당이 140 mg/dL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많고 식후 인슐린 농도도 큰 폭의 상승을 보인다. 특히 복강 내 지방이 많을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지방조직에서 지방산이 혈액으로 나오는 지방분해 대사는 인슐린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을 때 일어나는데 정상보다 높게 분비되었다가 늦게 떨어지는 인슐린 때문에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잃게 된다.

인슐린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조직은 주로 근육과 지방이지만 뇌의 시상하부에도 신호를 전달하여 마치 렙틴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실험동물에 인슐린이나 렙틴을 뇌에 직접 주입하면 음식섭취가 줄어들고 기초대사량이 증가하면서 체중이 감소한다. 하지만 인슐린 분비가 과다해지면(즉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면) 원치 않는 지방 축적이 일어난다. 따라서 체중조절을 위해서는 렙틴과 인슐린의 작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식욕조절 시스템

체중조절은 내 체온을 36.5C로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정교하게 조절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 면 조금씩 체중이 늘어난다. 이를 나잇살이라고 하는데 나잇살은 생리적으로 근육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그 자리를 지방이 대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25세에서 55세까지 평균 10kg 정도 체중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30년에 걸쳐 매년 300g정도 늘어나는 것은 놀랄 정도로 적은 변화다. 물론 음식조절과 함께 신체 활동량을 꾸준히 유지해주면 이 정도의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체중이 갑자기 많이 늘어난 것은 이러한 체중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체중조절의 두 동력은 식욕과 기초 대사량이다.

식욕의 컨트롤러는 뇌에 존재한다. 뇌에서는 위와 소장을 비롯한 소화기관, 지방조직, 췌장이나 부신 등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과 여러 화학물질, 위의 팽만 등의 신호를 받아 몸 안의 대사속도를 조절하고 음식섭취 욕구를 조절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섭취한 음식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혀의 미각에서부터 자극을 받아 뇌로 보내고, 소화기관을 거쳐 단순당, 아미노산, 지방산으로 분해된 영양소들을 체내 곳곳에서 감지하여 그 신호를 역시 끊임없이 뇌로 보낸다.

식욕조절 시스템은 세 개의 파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I) 뇌의 화학물질: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말초조직에서 올라오는 각종 신호들을 받아들여 NPY, AGRP, CART 등의 신경펩타이드가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한다.

II) 식욕조절 호르몬:

위장관에서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면 허기를 강하게 느낀다. 그렐린은 음식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위장관에 음식이 들어오면 CCK나 PYY에 의해 포만감 신호를 뇌로 보낸다. 지방세포와 췌장에서는 렙틴, 인슐린 등을 분비하여 식욕을 조절할 뿐 아니라 체중과 체지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III) 자율신경계:

뇌-위장관-지방조직을 서로 연결하여 신호를 교환하고 전달한다.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물질은 위, 소장, 대장, 간, 췌장, 지방세포, 부신피질 등에서 분비되며 뇌는 이들 신호를 받아들이고 식욕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한편 이들 말초 조직과 장기에 신호를 내보낸다. 내가 냉장고 문을 열고 음식을 꺼내먹고 배가 불러 수저를 내려놓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정교한 식욕조절 시스템에 의한 결과다.

이 시스템에 작은 오류만 생겨도 체중은 쉽게 늘어날 수 있다.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면? 축적된 지방에서 에너지를 써야 함에도 섭취한 탄수화물 위주로 에너지를 쓰려 한다면? 인슐린이나 렙틴이 제대로 작동을 못해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체중증가와 질병으로 이어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식욕은 우리 몸의 생리적 조절기능의 결과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만으로 조절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흔히 ‘배꼽 시계’라고 말하는 것이 있다. 때가 되면 위장에서 ‘꼬르륵~’ 하는 신호를 보내 음식을 섭취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허기를 느껴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은 위장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뇌의 시상하부는 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에게서만 신호를 받는 것이 아니다. 간, 위, 소장, 근육 등 신체 각 부위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뇌는 외부 환경과 우리 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변화를 항상 체크하고 에너지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행동, 에너지 소모, 지방 저장 등을 조절한다.

렙틴이나 신체 각 부위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들 뿐 아니라 음식도 섭취 행동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과거에 느꼈던 맛을 기억하거나 하면 이 역시 뇌에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 끼니마다의 음식섭취 조절

매끼니 식사를 끝낼 수 있는 것은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면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마구 먹어댈 것이다. 음식이 체내에 들어와 소화 흡수되면 간, 위, 소장에서 포만감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물질이 분비된다. 이들 신호는 부교감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여기에서 허기감을 눌러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음식물이 들어간 위가 팽만해지는 신호도 부교감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여기에 관여하는 물질 중 콜레시스토키닌(CCK)이 있다. CCK는 음식이 충분히 들어왔다는 신호를 뇌에 보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식욕을 억제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무리한 다이어트를 계속하는 사람이나 섭식장애가 있는 사람은 CCK를 포함한 식욕 조절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대식증 환자는 CCK가 제대로 작용을 하지 않거나 (따라서 뇌는 식사를 멈추라는 신호를 받지 못한다) 식욕에 관여하는 다른 화학 물질에 대한 반응이 둔해져서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CCK에 대한 반응이 예민한 환자는 조금만 음식을 먹어도 금방 포만감을 느낀다. 대식증이나 식욕부진증 환자가 정상적인 식사를 시작하게 되면 CCK 시스템은 보통 정상으로 돌아온다.

최근에 발견된 ‘그렐린’은 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허기 신호가 나옴과 동시에 증가하기 시작하여 식욕을 자극하지만 음식을 섭취하자마자 감소한다. 비만환자가 식사량을 줄이면 그렐린 분비가 더 증가하여 배고픈 느낌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장기간의 음식섭취 조절

장기간의 조절은 매 끼니의 조절이 아니라 1~2주간 체중과 체지방의 변화를 조절하여 늘 일정한 에너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렙틴과 인슐린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렙틴은 지방축적 상태를 뇌에 전달하고, 인슐린은 당질 공급 상태를 전달한다. 이들은 뇌 시상하부의 다양한 화학물질과 복잡한 회로를 형성하여 작용한다. 렙틴과 인슐린 모두 허기감에 관여하는 회로는 억제하고 포만감에 관여하는 회로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반대로 렙틴과 인슐린 농도가 감소하면 에너지 결핍 신호로 인식되어 허기감이 증가하고 포만감이 억제된다.

왜 체중증가를 막지 못할까?

그렇다면 이렇듯 정교하게 조절되는 에너지항상성이 있음에도 비만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방량이 많아질수록 농도가 증가한다. 렙틴이 어느 수준까지는 식욕을 조절해주지만 ‘허기’ 같은 생리적 욕구가 아닌 가짜 배고픔(스트레스 때문에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더 먹는 경우)이나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과식을 할 경우 등 지방조직이 계속 늘어나면 렙틴에 대한 자극이 둔감해진다. 렙틴이 신호를 뇌 시상하부에 전달하려면 혈액-뇌 사이의 장벽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뇌에서는 렙틴 농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여 포화상태가 되면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혈액 내 렙틴농도가 마구 올라간다고 해서 뇌에서도 한없이 렙틴 농도가 함께 증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렙틴 수용체나 운반장치가 지나치게 무리하게 되어 둔감해지면 더더욱 이 장벽을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렙틴 저항성’이라고 한다. 비만한 사람들은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들보다 혈액 내 렙틴 수치가 훨씬 높은 데에도 ‘렙틴 저항성’ 때문에 뇌는 자기 몸의 지방조직이 과잉으로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체중이 한없이 늘어날 수 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렙틴 저항성은 아주 뚱뚱해질 때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고, 폭식이나 야식증후군 같은 식사장애와도 연관이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고지방 식사를 즐길수록 렙틴 저항성이 잘 생긴다. 결국 셋포인트를 넘어서서 지방 축적이 계속 증가할 것이고 환자들은 어느 순간 비만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배고픔’ 신호가 강하게 나오는 것은 못 참고 음식을 먹는데, ‘배고픔’ 신호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섭취량을 줄이지 못할까?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둔감해진 것이 바로 두 번째 이유다.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식사 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먹는다. 또 어려서 부터 음식을 남기는 것은 죄라고 배워온 터라 배가 불러도 내 앞의 음식은 남김없이 다 먹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 몸의 자연스런 신호를 어느새 무시해 버리게 되었다. 한 끼 식사를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양만큼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앞에 놓여있는 양이 많든 적든 습관적으로 음식을 비운다. 배고픔과 포만감 신호를 예민하게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은 ‘기아상태’가 왔다고 해석한다. 자,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왜 다이어트를 한다고 섭취량을 줄여도 체중은 잘 빠지지 않는 걸까? 에너지 섭취와 소비가 밸런스를 이루고 있을 때에는 렙틴 분비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음식 섭취량을 줄이면 신체는 본능적으로 우리 선조들이 경험했던 ‘기아상태’에 빠지는 위기상황이 도래할지 모른다고 느낀다.

따라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바뀐다. 지금의 셋 포인트가 흔들릴 위험에 처하면 렙틴 분비가 요동을 친다. 예를들어 “의도적으로” 체중을 10% 정도 감량하면 렙틴 농도는 50% 이상 뚝 떨어지는 반면 체중이 10% 늘면 20% 정도의 증가만 보인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은 체중 감소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체중 증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살을 빼겠다고 식사량을 평소보다 계속 적게 먹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제일 먼저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줄어들면서 기초대사량이 뚝 떨어진다. 에너지소비의 60~75%를 차지하는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니 체중을 계속 감량하려면 줄어든 에너지소비량보다 덜 먹어야 하므로 음식 섭취량을 더 크게 줄여야 한다. 음식섭취를 자극하는 ‘배고픔' 신호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 생리적 신호를 이겨내지 못하면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된다.

이를 악물고 ‘배고픔’신호를 참아내도 에너지소비를 극도로 절약하므로 체중은 잘 빠지지
않는다. 욕심을 내어 단식을 하거나 식사량을 더 줄이면 어떻게 될까? 기초대사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열량식(하루 800 칼로리 미만으로 섭취하는 것)을 하면 근육단백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근육단백이 줄어든다는 것은 제지방체중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즉 기초대사량은 더더욱 떨어진다. 골격근 체중의 손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이나 심장근육이 약해진다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으며 2주 이상 시행해서도 안된다.

단식이나 초저열량식 같은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지만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기초대사량 보다 많게 식사량을 조금만 줄이는 방법이 저열량식이다. 하지만 이역시 식사량을 줄이면서 나타나는 기초대사량의 감소와 ‘배고픔’ 신호의 증가를 피할 수는 없다.

진짜 배고픔 신호와 가짜 배고픔 신호를 구분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배고픔(hunger)'과 '음식섭취에 대한 욕구(desire to eat)'를 구분해 야 한다. 무밭에서 무를 파내어 흙만 떨어내고 아작아작 씹어 먹을 수 있을까? 혹은 뷔페식 당에서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배고픔은 전자(前者)에 해당하고 음식섭취에 대한 욕구는 후자(後者)에 해당한다. 둘 다 일련의 화학물질 시스템의 작용에 의해 음식섭취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허기신호가 둔해져도 우리는 그때의 감정상태에 따라, 혹은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에, 혹은 과거의 기억이나 음식의 모양, 시각적 자극 때문에 음식을 섭취 할 수 있다.

21 세기 신인류들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는 ‘음식섭취에 대한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식섭취에 대한 욕구는 이른바 ‘가짜 배고픔’이다. 몸에서 생리적으로 필요해서 나오는 자극이 아니다. 체중을 늘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러한 생리적인 신호에 순응해야 한다.

배고프면 먹고 포만감이 느껴지면 수저를 내려놓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현대인들에게 허기신호가 둔탁해진 데 있다. 둔탁해진 배고픔 신호를 찾고,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구별하며, 생체신호를 적절히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건강 체중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 21세기 신인류들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유전-환경 상호작용

체중과 체지방량, 심지어 체격과 체형도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비만의 경우 유전적 요인을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70%까지 얘기한다. 셋포인트도 마찬가지여서 부분적으로 유전적인 소인이 있으므로 이를 인위적으로 완전히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역시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어느정도 수정이 가능하다. 셋포인트는 고정되어있지 않으며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에너지 밸런스가 지속적으로 (+)가 되면 지방이 축적되고 지방세포의 숫자도 증가한다. 셋포인트보다 높은 체중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셋포인트를 올림으로써 여분으로 축적한 지방을 잃지 않으려 한다.

환경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피마 인디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피마 인디언들은 19세기 후반까지 사냥과 낚시, 농사 같은 활동적인 일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 백인 이주자들로부터 수로를 빼앗기면서 가난과 영양결핍에 시달리게 되었고 미국 정부의 보조로 나오는 고지방인스턴트식품을 먹으며 연명해왔다.

오늘날 애리조나 피마 인디언들은 비만과 당뇨병 유병률이 55%가 넘는다. 반면 멕시코 산간 지방에 살고 있는 피마 인디언들은 지금까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생활습관과 전통적인 식사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두 집단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종족이지만 멕시코 피마인디언들의 비만과 당뇨병 유병률은 6%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의미하는 것은 유전적으로 뚱뚱해질 수 있는 여건을 안고 태어났어도 주변 환경을 바꾸면 뚱뚱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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